1. 회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제26대 학회장 이상길(연세대)의 취임사를 다음과 같이 보내드리오니,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다 음 ▶
26대 학회장 취임사
존경하는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원 여러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이상길입니다. 9대 집행부의 총무이사와 16, 17대 집행부의 편집위원장을 지낸 적이 있지만, 돌이켜보니 제가 석사 과정 입학 후 경험한 유일한 외부 학술모임이 우리 학회 전신(前身)인 한국사회언론연구회의 1989년 세미나이기도 했습니다. ‘비판적 학문’을 향한 낯 모르는 선배, 동료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그 자리의 기억이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저 역시 그런 연구자들 가운데 한 명이 되고 싶었던 대학원 신입생 시절의 초심을 되살리며, 제26대 학회장의 임기를 시작합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26대 집행부가 큰 방향성으로 내건 모토는 ‘비판과 우정의 공동체’입니다. ‘비판’이 우리 학회의 학문적 지향을 요약한다면, ‘우정’은 우리 학회가 추구하는 관계 형태를 대표합니다. 사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우리 학회는 줄곧 그런 이상을 도모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그 이상이 더 널리 내세워지고 더 크게 말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이 비판의 가치는 점점 퇴색하고, 우애 관계는 드문 곳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언론정보학회라는 학문 공동체가 미래에도 비판적 연구실천의 모태이자 학회원들 간 우정의 공간으로서 ‘언정다움’을 잃지 않았으면 하고, 26대 집행부가 그 새로운 도약대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솔직히 제 임기 동안 학회에 대단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1년이 너무 짧은 기간이기도 하고, 학회로서 해야 할 기본 업무와 관행들이 큰 틀에서 이미 잘 자리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전 집행부들에서 실행해온 여러 훌륭한 정책을 계승해나가면서 26대만의 색깔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이런 생각에서 크게 두 가지의 학회 운영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학회의 이른바 ‘학문적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뒤흔들어볼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온 주제나 이론, 개념, 방법론을 근본에서부터 재점검하고 토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비판’이 우리 학문의 핵심이라고 제가 말했지만, 과연 2020년대의 한국 사회에서 ‘비판’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와 의의를 지닐 수 있는지 우리들 간에 진지하게 성찰하고 논의해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AI 혁명’과 ‘디지털 전환’을 논하는 시대에 ‘언론자유’나 ‘공공성’은 물론, ‘미디어’, ‘기술’, ‘방송’, ‘소통’ 같은 기본 개념들은 어떤 의미와 위상을 갖는지 하는 문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자연과학과 공학은 물론 인문사회과학에서도 꾸준한 지적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 반해, 우리 분야에서는 이론의 갱신, 새로운 방법론의 모색조차 아직껏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인상을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기존의 학문적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뭔가 근본적인 질문들을 제기하고 설익은 고민이라도 내놓을 때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 학회는 대안적 시각과 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전통적 정체성의 혁신, 또는 새로운 정체성 발명의 출발점을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지향성으로 우리 학회에 ‘부재하는 목소리들’에 최대한 귀 기울이고자 합니다. 우선 학회의 인적 구성과 운영 차원에서는 여성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을 포함한) 신진연구자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겠습니다. 이를 통해 이전 집행부들이 그래왔듯 26대 집행부도 우리 학문 공동체의 외연과 내실을 더 튼튼히 다지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또 학회의 연구나 세미나 차원에서는 그동안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들을 기획하고 공론장의 논의에 부치고자 합니다. 정치적 현안이나 미디어 산업의 요구에 따라 특정 의제들만이 과잉대표되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그 이면에서 중요하지만 가려져 있었던 주제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학문적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학회가 ‘고담준론’과 ‘실사구시’의 실천이 공존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언론학계 내 학술단체로서 유관학회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언론기관 및 언론단체들과 연대해 필요할 때마다 ‘학회답게’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일, 당연히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25대 집행부에서 시작한 학회 활동의 ‘친환경’ 기조 역시 잘 유지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제게 중책을 맡겨주신 회원 여러분의 뜻을 가슴에 새기고 집행부 선생님들의 의지를 한데 모아 더 멋지고 활기찬 학회를 만들 수 있도록 일 년 임기 동안 열성을 다해보겠습니다. 모쪼록 많은 관심과 격려,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1월 23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제26대 회장 이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