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대 학회장
흔히 기억은 과장되고 과거는 아름답게 채색되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 학회에 대한 저의 기억은 고마움으로 가득합니다. 저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던 학문 세계에 발을 담게끔 이끌어 주신 선생님들, 본과 출신도 아닌 저를 살뜰히 챙겨주신 선배님들,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한 동료들, 끊임없이 지적 자극을 준 후배들이 늘 가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회의 공동체성은 손쉬운 길보다 시대를 고민하며 옳은 길을 찾으려는 비판언론학을 힘겹게, 그리고 공들여 개척한 역사성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학회 출범 당시부터 내가 조금 손해 봐도 서로서로 보듬어 주며 가시밭길도 헤쳐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학회의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한국언론정보학회는 25년, 사반세기를 맞았습니다. 선배 교수님들이 만들어 놓은 우리 학회의 공동체성을 더 단단하게 다지는 일이 저와 우리 25대 집행부의 일차적 소명이라 여깁니다. 제가 잘나서 우리 학회 회장에 취임한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받기만 했으니 이제 뭐라도 제대로 기여하라는 요청으로 여깁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5대 과제를 제시합니다.
1. 우리의 심장: 비판언론학을 유지‧계승해 정체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언론자유 등 공적 가치를 견지하고 지역성 등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겠습니다. 이는 학문과 실천의 동행을 통해 구현하겠습니다.
2. 넓이와 깊이: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을 통해 확장성을 배가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대학원생 컨퍼런스 등을 독자적으로 운영함과 동시에 세션 시간을 넉넉히 할애해 ‘깊이’를 담보하겠습니다. 동시에 증가하는 대학원 유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신진학자 또는 대학원생 중심의 피칭세션을 대폭 강화해 ‘넓이’도 추구하겠습니다.
3. 다양성과 포용성: 유관 학회 간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더 많은 다양성과 더 큰 포용성을 지향하겠습니다. 우리 안에 잠재된 사유의 동종교배를 지양하고 규격화된 논문에서 탈피하는 시도 역시 탐색하겠습니다. 함께할 때 혁신도 가능한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4. 개방성: 우리 회원의 세미나 제안 등의 요청에 긴밀히 응답하겠습니다. 예컨대, 회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총선 보도 모니터링과 감시를 전담할 특위 등의 구성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5. 친환경: 발제집 인쇄와 배포, 현수막 사용을 지양하겠습니다. 우리 생태계를 위협하는 지구 온난화 방지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신 QR코드나 홈페이지 등의 디지털 문서를 활용해 사회적 비용 절감에 동참하겠습니다.
24대 김은규 회장님을 비롯한 집행부 선생님들 모두 어려운 시기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할 나위 없었단 감사 인사 올립니다. 그 기세를 이어 우리 학회 잘 이어 나가겠습니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를 늘 새기겠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가고 싶은 곳으로 좀 더 자유롭게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질책, 그리고 우정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3년 11월 25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제25대 회장 김 재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