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원장의 초대글
“다시, 민주주의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비판 언론과 언론학의 정립”
존경하는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원 여러분,
오늘 하루도 안녕히 보내셨는지요?
통상적으로 건네는 안부에서도 요즈음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걱정이 묻어납니다. 우리는 분명,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COVID-19의 긴 터널을 벗어나 위안과 회복의 기회들을 향유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고립과 단절로부터 벗어나 서로 마주하며 손잡는 공동체를 우리 곁에 두고 있어야 했습니다. 더 많은 대화들과 직접적인 참여에 의한 더 나은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COVID-19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자마자 그보다 더 고통스럽고 어두운 퇴행과 억압의 터널 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해병대 채상병 참사에서 보듯,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은 상시적으로 위태롭습니다.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 인상도 감내하였지만 노조에 대한 적대와 탄압으로 한 건설 노동자는 분신까지 해야 했습니다. 언론사 뉴스룸에 대한 초유의 압수수색과 국민의 공영방송을 마음대로 사영화하고, 비판 언론에 대한 검열과 통제가 거리낌없이 진행됨에도 거의 모든 언론은 침묵하고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역사는 후퇴하지 않으며 민주주의는 진보한다는 믿음 자체를 조롱하듯이, 해방 이후 이루어 놓은 자유와 민주주의 역사와 제도가 뿌리채 부정당하고 형해화 되고 있습니다. 극우전체주의라는 질병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10년, 20년도 아닌 30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쩌다 이러한 파국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일까요? 한 사회의 타락과 국가의 위기는 매우 복잡하고 고도의 정치적이며 운명적인 역사의 결정들에 의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보다 단순히 정치와 자본 권력에 눈먼 탐욕스런 권력자들과 그들에게 기생하는 부역자들의 맹목에 의해 우연히 그리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사회와 역사의 위기를 정상화의 조건, 정상성의 일시적 교란 상태로 인식하자는 기계적 역사 진화론자의 주장도 들리지만, 근거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현 시기의 위기에 대한 원인과 대안이 부재하다는 근원적인 ‘위기감’의 존재만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난감한 위기의식 속에서 조직위원회는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합니다. 위기의 원인과 대안도 모호한 가운데 우리는 무엇을 논의해야 할까요? 한국언론정보학회의 전신인 <한국사회언론연구회>가 창립된 1980년대에는 “언론의 민주화, 민주적 정보사회와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학술운동적 목표가 뚜렸하였습니다. 우리 역사가 과거로 퇴행하였으니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의 학술운동적 목표도 그 당시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이번 학술대회에는 질문을 정하기도 답을 예정하기도 벅찬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시,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적합한 질문과 답을 찾아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 학회가 지향하는 것을 넘어서 시민의 한 사람이자 지적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책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존경하는 선생님들과 이 위기의 원인과 대안에 대해 어떤 질문과 답을, 혹은 어떻게 질문과 답을 만들어 나가야 할 지에 대해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기만을 기대합니다. 11월 25일 토요일, 대전 충남대에서 꼭 뵙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안녕히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채영길 드림
2023년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조직위원회
채영길(위원장), 서보윤, 신우열, 유승현, 이근옥, 이서현, 이정훈, 정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