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공부란 무엇인가, 왜 해야 하는가, 다른 학문이 아닌 언론과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학회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 언론정보학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와 학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를 위해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연구자로서 학문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유대와 연대를 만들어가는 것.

저는 우리학회가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조건, 우리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 일상에 스며든 혐오와 고통에 눈감지 않고 마주하기를, 그래서 비판언론학의 본령을 지켜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우선 팬데믹이 가져온 우리사회의 변화들을 짚어보는 작업을 하고자 합니다. 이미 목격하고 있듯이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은 심화될 것이고, 미디어 환경은 타인의 고통에 감응하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서 제 역할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팬데믹과 사회불평등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천착해나가겠습니다.

둘째,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 보듯이 디지털 기술은 여전히 산업과 자본의 논리 하에 작동하고 있고, 노동이나 윤리의 문제는 등한시 되고 있습니다. 데이터-네트워크-AI라는 기술환경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 문제제기하고 개입하는 학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미디어 공공성을 제도화하는 실천들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우리학회가 참여하는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의 활동을 포함하여 미디어 공공성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들이 제도적으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플랫폼 미디어로 인한 저널리즘의 훼손을 복원하는 작업들도 미디어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실천에 포함될 것입니다.

넷째,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는 우리에게 공부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우리 분야뿐만 아니라 타 분야의 이론과 현상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토론하는 상시적인 학문의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우리학회의 상징인 따뜻한 교유와 냉철한 논쟁이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신진학자들을 환대하며 자리를 내어주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28년 전 막 공부를 시작한 제게 기댈 언덕이 되어 주었던 것처럼 우리학회가 학문의 길에 들어선 연구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합니다. 신진연구자들은 오늘 이후 우리에게 올 변화를 희망으로 바꾸어주는 소중한 분들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어느 해 유월, 망월동 묘지 나무그늘에 앉아계시던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2017년 영화 <1987> 개봉 후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각자 힘닿는 데까지 연대하면서 살아야 한다. 가수는 노래로, 학자는 책과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회원여러분과 함께 성장하며 책과 글로 세상을 바꾸는 학문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년 11월 27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제22대 회장 박 선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