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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장 인사말

우리 학회는 1980년대 군사정권의 엄혹한 시절에 “한국사회언론연구회”를 모태로 1998년 학술단체로 출범을 했습니다. 3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한국사회 언론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불의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치열하게 연구하고 실천하는 연구자와 지식인의 공동체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군사 독재와 헌정 유린을 경험했고, 6월 민주화 항쟁과 촛불혁명이라는 역사적 유산을 남겼습니다. 물결과 반물결, 도전과 응전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학회는 양심과 진실을 우리의 빛으로 삼아 학문과 사회에 소중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오늘도 한국 사회는 특유의 역동성으로 무한한 가능성과 풀어야 할 난제를 동시에 엮어내고 있습니다. 팬데믹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성과와 역량을 확인함과 동시에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골은 더욱 깊어졌고, 아울러 소통을 통한 사회적 신뢰의 자리에 혐오와 갈등이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씨를 뿌리고 가꾸지 않으면 저절로 자라는 작물이 없듯이 민주주의 텃밭 역시 소중하게 돌보고 가꾸지 않으면 언제든 황무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역사의 교훈입니다. 최근 우리는 진실에 입각해 말길을 열고 상대를 존중하며 토론하는 공론장 사회를 과연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지금의 엄중한 현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3대 언론정보학회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 소통과 공론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자유로운 언론과 플랫폼 행위자가 윤리와 책임을 다하는 행위를 통해서 사회 공론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향을 적극 모색하고자 합니다. 언론 신뢰도는 언론뿐만 아니라 사회 여론과 이를 토대로 한 공동체의 의사 결정과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적 자산인 만큼 한국 언론의 지속적인 낮은 신뢰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조명은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연구 공동체의 현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제가 임기동안 관심을 가지고 조명해야할 것은 윤리와 관련된 또다른 문제들입니다. 수 년 간 쏟아져 나오는 인공지능, 알고리듬, 빅데이타 관련 새로운 기술과 디지털 미디어 활용에 대한 많은 논의를 인간과 노동의 관점에서,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펼쳐나갔으면 합니다. 아울러, 기후위기와 탄소제로 등 세계적 공동 현안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에 대한 각성을 환기하고 이를 둘러싼 한국 사회 정책과 언론의 역할에 대한 관심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어느 새 우리가 시기를 놓쳐버린 심각한 지구적 현안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과 실천의 필요성을 널리 알려나가는데 우리 학회가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지역 위기 문제입니다. 지역 소멸이라는 극단적 용어까지 등장했지만, 수도권에서 지역 문제 인지나 감수성은 갈수록 둔화되고 있습니다. 역사 이래 이 정도의 격차는 유래가 없을 정도로 지역이 모든 면에서 방치·차별에 의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언론정보학회가 지역 언론, 지역 문화 문제를 포함해서 지역 불균형과 서울 집중에 대해서 학문적 관심과 사회적 여론 환기의 계기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의 포부 이외에도 회원 여러분께서 다양한 진보적 의제를 비롯 학회가 다루어야 할 현안과 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 제안해주실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임 집행부, 그리고 그 이전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신진학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관심을 더 강하게 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팬데믹 때문에 가로막혔던 회원 간의 활발한 소통의 전통도 위드코로나를 대비하면서 서서히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우리 학회의 가장 멋진 전통으로 격렬하게 토론하는 학문적 ‘격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로인해서 우리 공동체가 친밀성과 유대의 정체성도 가지게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격론으로 논쟁하며, 비판과 대안이 거침없이 벌어지는 생생한 학문적 현장. 언론정보학회가 다시 한 번 치열함과 소탈함으로 연구와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동참하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11월 27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제23대 회장 안 차 수